아이폰의 대격변. 아이폰X



아이폰의 대격변. 아이폰X





2010년 3월. 저의 첫 번째 스마트폰인 아이폰3GS를 구입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엄청 설레는 마음으로 아이폰3GS의 박스를 개봉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공교롭게도 그때부터 지금까지 매년 새 모델로 바꿔가면서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매년 키노트도 챙겨보고 있는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게 만든 어제의 애플 스페셜 이벤트 키노트는 저를 혼란에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어제 키노트에선 아이폰8 시리즈들도 공개가 됐는데요, 마치 랩퍼 아웃사이더에 빙의한 듯이 속사포로 아이폰8 시리즈에 대해 소개한 뒤, 팀쿡은 패기 있는 한마디를 외칩니다. "One More Thing"
사실 현장에 있는 사람들도,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를 지켜보던 사람들도 다 예상했지만, 모른 척하고 좋아해 줬습니다. 그리곤 드디어 실체를 나타냈습니다. "아이폰X"
아이폰 엑스가 아닙니다. 아이폰10입니다. 아이폰X를 보자마자 떠오른 궁금증을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해봤는데요, 할 말이 많으니 하나하나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디스플레이는 왜 이렇게 생겼어요?



"M자 탈모 디스플레이"
누군가에겐 우스갯소리로, 누군가에겐 민감한 단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본의 아니게 상처를 받을 수 있고,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줄 수도 있는 단어인데요, 어쩌겠습니까? 이보다 잘 어울리는 단어가 없는데 말이죠.
정말 설마 했지만, 루머 속 디스플레이는 사실이었습니다. 대칭과 작은 비율에도 목숨 거는 애플이 이럴 리 없어... 라고 하지만 너무나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공개해버렸으니 이제 이유나 들어봐야겠습니다. 도대체 왜이랬나요?




갤럭시S8 시리즈나 G6, V30처럼 상단과 하단에 약간의 공백을 넣어서 그 부분에 센서를 넣을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그게 싫었나 봅니다. 베젤이 넓다고 투덜거리니 굳이 디스플레이가 아니어도 될 공간까지 디스플레이로 만들어버리는 극단적인 애플인데요, 그래도 센서들을 보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가긴 합니다. 무려 총 9개의 센서와 카메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차라리 M자 부분 양쪽까지 다 베젤로 만들었으면 저 센서들을 넣기 더 쉽지 않았을까요?




"아이폰X 홈, 멀티 태스킹"
애플의 상징인 홈 버튼이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홈 버튼은 제스쳐가 대신합니다. 앱 실행 중 홈 화면 하단을 위로 쓸어올리면 홈 화면으로 가고, 쓸어올리는 상태에서 잠깐 멈추면 멀티 태스킹 화면으로 진입합니다. 이거이거 엄청난 적응이 필요하겠는데요?



"아이폰X 제어센터"
하단을 위로 쓸어올리면서 홈 화면으로 가거나 멀티 태스킹 화면으로 진입하면 제어센터는 무슨 수로 들어갈까요? 여기서 M자 탈모 디스플레이를 활용하게 되는데요... 오른쪽 귀를 잡고 내리면 제어센터가 나옵니다. 그럼 왼쪽 귀는? 네. 당연히 알림 센터가 내려옵니다.




"아이폰X 시리"
"홈 버튼이 없으니 시리는 항상 음성으로 불러야 하나요?" 아닙니다. 기존 홈 버튼으로 호출하듯이 전원 버튼으로 호출하면 됩니다. 버튼만 바뀌고 방식은 그대로입니다.





두 번째. Face ID보단 Touch ID가 좋아요.



요즘 스마트폰에 지문인식 없는 스마트폰이 어딨나요? 물론 저가형, 보급형 스마트폰엔 없을 수 있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스마트폰에는 빠지지 않고 지문 인식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렇게 대다수의 스마트폰에 지문 인식이 들어가게 만든 장본인이 애플인데, 이제 아이폰에서 지문 인식이 빠져버리네요. "어정쩡한 위치에 있는 것보단 그냥 없애버리자!"라는 느낌인데요, 결국 애플 지문 인식인 터치ID는 사라졌고, 새로운 보안 기능인 Face ID가 탑재됐습니다.




위에서 본 작은 베젤 안에 들어있는 센서들을 통해 작동하는 Face ID는 상당한 보안 수준과 인식률을 보여준다고 하는데요, 이미 삼성과 LG의 스마트폰으로 홍채, 얼굴 인식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사실 엄청나게 기쁘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이폰X 공식 소개 영상에선 위 사진처럼 아이폰X를 내려놓은 상태에서 조금만 올려다보면 인식이 된다고 하는데요, 만약 정말로 저렇게 된다면 넘어갈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잠금을 풀 때마다 폰을 들어 올리고 싶진 않기 때문입니다.




이 Face ID 센서는 단순 보안, 잠금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애니모지"라는 기능을 추가했는데요, 아이폰X를 구입하게되면 딱 3번 해보고 영혼 없는 감탄 후 존재감이 사라질만한 기능입니다.
기존의 이모지를 3D화 됐고, 사람의 표정과 똑같이 변하는데요, 귀엽긴 하지만 공공장소에서 애니모지를 사용하면 주변 사람들이 딱하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세 번째. 카메라는 좀 어때요?



"1,200만 화소"
"f/1.8, f/2.4"
"OIS"
그리고. "더 커진 센서"
우리가 아이폰 카메라에 바라는 건 저런 숫자들이 아닙니다. 물론 스펙을 표현하는 방법이긴 하지만, 중요한 건 결과물이죠. 사실 저는 주간에는 아이폰 카메라에 대한 불만이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저녁이 되면 점점 카메라는 자신감을 잃고... 보정으로 자신감을 얻어보려고 노력하곤 합니다.




키노트에서 공개한 사진들을 보고 판단하지 않을 겁니다. 왜냐면 아무리 보정을 안 했다곤 하지만, 키노트에서 공개된 사진들은 일반적인 일상 사진이라고 보기엔 너무 공들여 촬영한 사진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촬영 샘플이나 제가 직접 촬영한 사진으로 평가해보고 싶은데요, 솔직히 뭔가 불안 불안합니다. 그리고 애플은 키노트에서 인물 촬영 모드에만 엄청난 시간을 들여 소개했는데요, 우리가 궁금한 것은 저조도 사진입니다. 애플은 삼성 언팩 행사를 안 봤을까요? 대놓고 비교당했는데 자존심도 없나 봅니다.
여튼 아이폰X의 카메라는 아직 섣부르게 평가할 순 없으니 추후 결과물과 함께 다시 비교를 해보겠습니다.





네 번째. A11 바이오닉? 외계인을 갈아 넣었나요?



아이폰8 시리즈와 아이폰X에 탑재된 칩셋은 A11 바이오닉입니다. 
A11 바이오닉은 총 6개의 코어로 작동하는 헥사 코어 방식이며, 2개의 코어는 고성능을, 4개의 코어는 저전력 코어로 작동합니다. 6개라고 무시하면 안 됩니다. 살짝 공개된 벤치마크 점수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죠.
대표적인 벤치마크 앱인 Geekbench앱에서 측정된 결과가 멀티코어 점수 10000점을 돌파한 결과가 있으니 정말 외계인을 갈아 넣었나 하는 의심을 받을 만도 합니다.





다섯 번째. 무선충전? 생색내지 마요. 제일 늦었으니까.




애플은 예전부터 기능 탑재를 늦게 한 주제에 항상 생색은 제일 많이 냅니다. 물론 좋은 소식이긴 하지만, 너무 당당하니 약간은 당황스럽기도 하고요. 무선 충전 지원 루머가 있었을 때 애플은 분명히 무선 충전도 독자 규격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너무너무 다행인 점은 Qi 표준 규격을 지원하는데요, 독자 규격 성애자인 애플이 웬일일까요? 갤럭시 시리즈의 무선 충전 패드에 아이폰을 올려놓으면 충전이 된다니... 아버지께 선물로 드린 무선 충전 패드를 다시 뺏어와야겠습니다.
무선 충전을 지원하면서 애플은 무선 충전기도 함께 공개했는데요, 이름이 "Air Power"랍니다... 에어파워는 아이폰8 시리즈와 아이폰X, 애플워치 시리즈3, 그리고 무선 충전 지원 케이스를 별도로 판매 예정인 에어팟까지 하나의 무선 충전 패드 위에서 충전할 수 있는데요, 이건 좀 괜찮아 보이네요. 물론 가격은 안 괜찮을 확률이 아주 높지만요.



대격변의 아이폰인 만큼 출시도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1차 출시국을 기준으로 10월 말부터 예약 판매를 시작하며 11월 초에 정식으로 출시한다고 하는데요, 그럼 우리나라는 내년에나 정식으로 만나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물론 해외에서 직접 구매를 하게 되면 조금 빨리 만나볼 확률도 있겠지만, 그 역시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통신사를 통한 구입은 정말 늦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가격도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256GB 모델 기준으로 무려 1,149달러인데요, 애플의 환율 적용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에선 대략 140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예상합니다. 스마트폰이 140만 원이라... 솔직히 납득이 힘든 가격인데요, 뭐든 적당히 해야 이뻐 보입니다.
지금까지는 사전 공개된 내용으로 아이폰X의 정보를 대략적으로 알아봤는데요, 실제 출시 후의 반응이나 느낌은 또 다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디테일한 내용들은 출시 후를 기약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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